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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엔진 소리 또 침을 삼킨 후의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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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제목 비행기 엔진 소리 또 침을 삼킨 후의 말들
가격 13,000원
저자 정선엽
판형 96mm x 165mm
페이지 212쪽
출판년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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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홍콩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양옆으로 나란하게 앉게 된 두 사람은 약 세 시간 동안의 이륙 지연이 일어나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 옆에 있는 낯선 사람이 하는 사소한 행동들을 보고, 그로 인한 소리를 듣는다. 그러고서 비행기는 출발하게 되고 두 사람은 대화를 시작한다.
전혀 알지 못 하는 상대방에게 두 사람은 각자 어느 누군가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감춰왔던 자신의 기억을 전달한다.


본문 발췌
- 쿠션이 없어서 뛰거나 오래 신고 있으면 아파요. 벗겨지지 말라고 발등을 덮고 있는 형광 빛이 맴도는 연두색의 네모난 플라스틱과 합성으로 만들어진

고무 조각은 상당히 빳빳하고 딱딱해서 방심하다간 피부 껍질이 사정없이 벗겨져버리는 상처가 생기기 쉽고요. 그런 이유로 닿는 부위를 조금씩 조정해가며

살살 달래주듯이 신고 다녀야 하는데, 그러면 의외로 밑창이 아스팔트나 보도블록 같은 바닥에 닿을 적마다 꽤 들을 만한 소리를 내기도 하거든요.

단둘이서 뭔가 오랫동안 수다를 떨고 싶어질 만큼. 이를테면 둘만이 공유하고 있는 어떤 비밀 같은 것들에 관해서요.

- 의외로 오래 걸리진 않았어요. 종류만 해도 만 가지가 훌쩍 넘는다는데 그중에 대체 어떻게 직업을 고른담, 하는 식으로 접근하니까 도저히 답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밖에서 찾아보는 걸 멈추고 대신 내 자신을 꼼꼼히 들여다보기로 했어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살면서 내 속에 어떤 것들이 들어와 있나, 하고서.

음악과 관련된 것들을 하나둘씩 밖으로 들어내고 나니까 안쪽에 남아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어요. 빛바랜 구석 하나 없는 오래된 사진이 구김이나

찢어진 부분 없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놓여있는 게 보였고 그쪽으로 깊숙하게 손을 집어넣어 그걸 붙잡았어요.

- 화장실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다녀올게요.
금방 내가 말한 게 아니라 얘가 말한 거예요. 내 손바닥 위에 올라와 있는 아주 조그만 아이.
알아요.
어서 갔다 와요. 다르죠? 방금 이게 내가 말한 거예요.
그것도 알고 있고요.

- 있잖아요. 금방 작은 소리가 났어요. 딩, 하는 소리였고요.
들었어요. 딩, 하는 소리.
딩, 하면서 아주 짧게 울렸는데 그대로 사라지지 않고 공기 중에 남아서 여운이

아주 길게 가고 있어요. 일부는 가까이에 있는 나한테 꼭 스며들어온 것처럼요.

소리가 내 몸속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계속 이어지듯이.

이번 작업의 형식적인 면에 관하여
대화문으로만 구성된 장편소설입니다. 묘사와 서사는 대사 속에 집어넣어보려고 시도했습니다.

“밥 먹었니?” 하는 정도의 일상적인 대화만으로는 장편소설이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보았습니다.

묘사적인 요소와 서사적인 요소가 대사 속으로 들어갔을 때에야 비로소 장편이 갖추어야 할‘단순하지 않은 구조’나

‘이면적인 층’같은 게 생겨나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사용된 어떤 문장들은 제법 긴 편이고,

상황이나 사물이나 배경을 꽤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역시 전작이었던 <운석 깨트리기>처럼 따옴표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고, 영어 알파벳과 한글을 혼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게 시각적으로 더 나아보였기 때문입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하였는지는 오직 문맥을 파악해가며 짐작해 아는 수밖엔 없을 것입니다.

자기소개
당선되었거나 수상했던 적 없이 혼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원고를 다 쓰면 디자인을 의뢰하고,

소량으로 인쇄한 책이 나오면 서점에 메일로 입고를 신청하여 답변 받은 수량만큼 발송하는 방식으로 줄곧 발표해오고 있습니다.

장편을 주로 쓰지만 단편이나 편당 분량이 매우 적은 초단편을 작업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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